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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친 고명만 올려 주면, 칭찬 자자한던 겸손함까지 내팽개치고 염치없이 열여덟 그릇씩이나 물국수를 먹어 치우던 키 크고 힘센 장사 총각이 마을에 살고 있다.

조금 뒤에는 그 사발 대접을 부시지도 않고 , 고명도 없는 밀국수에 장국 국물을 찔끔찔끔 쳐 가지고 나와서는 그나마 두세 명에 한 그릇씩 안긴다.

햇곡식으로 떡을 치고 고명을 지지고 나물을 만들고 닭, 돼지를 잡아 조상에게 바치고 복을 비는 행사, 음력 시월 초사흘을 전후해 집 울타리 안 정결한 곳을 택해 상을 차려 놓기도 하고 부엌이나 집안에 돗자리를 펴고 촛불을 밝히고 지내는 지신과 조왕신에 대한 고사이기도 했다.

아내가 상을 차려 내왔다 그는 여느때처럼 칼국수에 소주 한 잔을 반주로 점심 식사를 했다. 국수는 색깔 맞춘 고명으로 잔뜩 치장을 했지만 아주 싱거웠다. 그는 전혀 간이 들지 않을 것을 모르는 듯 고개숙이고 훌훌 구수올을 말아올리는 아내를 말없이 건너다보았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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